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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기록/2020 자발적 감금 생활

다섯 번째 기록: 의식의 흐름

by 안나오 ANNAO 2020. 4. 17.

글을 계속 쓰긴 쓰다 보니, 보고 가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민망해서 글을 다 지워버리고 싶어 졌지만 그래도 계속 써보기로 했다. 익명에서도 나는 왜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은가...... 차라리 익명이라는 가면 아래에서 내가 아닌 것처럼 굴면 괜찮은데 나답게 굴면, 그게 나라는 걸 사람들이 몰라도 결국 '나'에 대한 반응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아닌 것처럼 철면피를 깔고서라도 계속 써보고 싶다. 뭔가를 꾸준히 해보는 건 좋은 거니까. 

 

아무튼 오늘은 미디어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 왜냐면 한 1~2주 동안 유튜브 보고 게임하고 난리 치느라 공부를 손 놨기 때문....... 겨우겨우 수습 중이지만 역시 후회된다. 진작할 걸....... 하지만 아직도 봐야 할 강의가 산더미 같은데 후회만 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와아, 나 정말 대단해~^^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주제는 미디어에서 의지력 부족으로 넘어간다. 미디어에 대해서 말하려니까 할 말이 없어서 그러니 양해 바람. 나는 굉장한 기분파인데, 외부의 강제력 없이 스스로의 영향력만 존재할 때는 거의 99퍼센트의 확률로 기분대로 한다. 내부에서 나오는 의지력 따위는 없다. 외부의 강제력마저도 직접 대면하는 상황이 아닐 경우 매우 영향력이 작아진다. 그래서 온라인 싸강으로 전환된 지금 출석도 겨우겨우 마치고 있는 것이다. 출석 조작마저도 제대로 못해서!!!! 결국 하나 놓쳐버리고..... 아니 목요일 강의인데 왜 월요일까지인 겁니까....... 일주일은 해주십쇼 교수님....... 흑흑........

 

말할 때도 굉장히 기분파라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뭐든 의식의 흐름대로 행동하고 말한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이 글도 굉장히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지고 있는 게 느껴질 것이다.

 

막상 집중하기 시작하면 잘 하는데 공부는 집중이 쉽지가 않다. 반면 핸드폰은! 유튜브는! 게임은! 3초만 봐도 집중이 되니까 당연히 딴짓하는 게 더 쉬울 수밖에 없다. 웃기게도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될 때는 진짜 잠만 자거나 핸드폰만 하는데, 공부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닥치면 곧바로 창작 욕구가 샘솟는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거나, 글을 쓰고 싶다거나, 책을 읽고 싶어 질 때도 있다. 집중도 잘 된다. 하하. 지금도 그런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의지력 문제를 좀 해결하고, 제발 할 일도 좀 하고 생산성 있게 살고 싶다. 어렸을 때 일기장을 보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가 있는데, 왜 나는 아직도 난 그걸 이룰 수가 없냐고 흑흑...... 자기 계발에 힘쓰는 멋있는 나 자신을 꿈꾸지만 현실은 늘 이 모양이다. 제발 침대에서 일어나기라도 했음 좋겠다.

 

음. 여기서 아무리 떠들어봤자 현실의 내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손가락만 열심히 운동하고 있지. 그래서 그런가 내 손 좀 괜찮게 생긴 것 같다. 자랑이다. 아무튼 그래서 계획을 좀 짜봐야지.

 

해야 할 일이 지금 <강의, 과제 / 복습, 중국어 공부, 운동, 청소> 정도 되겠다. '/' 앞은 강제성과 기한이 있는 거고 뒤에는 강제력은 없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 강의에는 이번 주 밀린 강의, 지난주 밀린 강의가 있다. 3, 3, 3, 2, 3 정도.....

> 과제는 녹음, 연습문제 풀기, 책 읽기, 글쓰기, 받아쓰기 및 해석, 동사 정리.

 

> 복습은 1주 차부터 4주 차까지... 그리고 내가 지금 9과목 듣는데 그중 공부가 필요한 게 7과목쯤 되고...... 동영상 개수가 (2+2+3+3+3+2+2)*4=17*4=68......... 개수 실화냐......... 이번 주말 안에 끝내고 싶은데 가능......?

> 중국어 공부는 단어 외우기, HSK 인강 보기, HSK 교재 풀기

> 운동은 유연성이랑 체력단련. 집에서 하고 싶으니까 유튜브에서 따라 할 만한 거 찾아봐야지. 합법적 유튜브 시청 오예

> 청소는 책상 정리하고, 옷장 높이 조절, 옷 제대로 걸기 정도가 있겠고....... 

 

할 거 정말 많구나..........

 

지금 하고 싶은 건 복습인데, 아무래도 싸강 보기 싫어서 그런 거 같다. 나란 인간 정말이지 회피력 하난 인정해야 한다. 왜냐고? 싸강 보기 싫은 이유는 필기하면서 보기 싫어서다. 필기하기 귀찮아. 근데 필기를 안 하면 집중을 안 해서 하긴 해야 한다. 안보는 거랑 똑같은 수준의 집중력이기 때문이다. 싸강 시청에 필기는 필수다. 하다못해 노트북에라도 필기해야 한다. 근데 놀랍게도 지금 이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필기하긴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귀찮다는 감정은 진짜 제일 강력한 감정? 충동?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강력한 존재인 게 분명하다. 그래서 오늘은 복습을 할 것이다. 웃긴 건, 복습이란 것도 결국 필기해 놓은 거 다시 예쁘고 정갈하게 다른 노트에 정리하는 게 내 기준 복습이다. 결국 써야 되고 결국 필기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필기할 때 영상 멈추고 쓰고 다시 영상 재생하고 다시 듣고 쓰고 하는 게 싫은 모양이다.

 

뭐....... 복습할 것도 밀려 있겠다,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결론: 일단 밥부터 먹어야지.